잡담

[2025 책갈피 릴레이 2] 가을은 독서의 계절

51GM4 2025. 10. 8. 12:00
 

 

 

 

10월 3일 - C1G0 : 합성계 10년차 C1G0의 소재 10선 + α

https://c1g0.tistory.com/1

10월 4일 - TangenT : 호기심과 모험심의 10선

https://crownshredder.blogspot.com/2025/10/10.html

10월 5일 - Coroskai : 제1회 소재로서 누가 더 체급이 강한지 정하기 특집

https://corosky.tistory.com/4

10월 6일 - 루즈윈 : 나의 소리MAD 가치관이란 무엇인가?

https://losewin.tistory.com/11

10월 7일 - 이원21 : 우리는 왜 음매드(音mad)에 열광하는가

https://blog.naver.com/leejw888/224034203441

10월 8일 - SIGMA : 가을은 독서의 계절 <- NOW

10월 9일 - ㅇㅈㅇ : 추후 공개 예정

https://heunyagye.tistory.com/

 

 


반갑습니다. 이번 2025 추석 특선 릴레이 기사, 책갈피 시리즈 그 두번째의 10월 8일자 기사를 담당하게 된 SIGMA입니다.

 

이전부터 이런 기획에는 꼭 한 번 참가해보고 싶었지만, 이런 재밌는 기획은 꼭 제가 없는 곳에서만 열리더군요. 그동안 정말 많은 릴레이 기사 작성 기획들이 있었습니다. 저라는 고급 인력을 빼고 진행한 것들 치고는 꽤 봐줄만 하더군요(웃음). 지금 여러분들이 보고 계시는 이 기사로 하여금, 저는 저의 가치를 증명해보고자 합니다. 앞으로 또 릴레이 기사 작성 기획이 열리게 되면 모두가 앞다투어 저를 초대하고 싶어하게 될 그런 기사를 작성해내고야 말겠다, 이 말입니다. 또한 개천절, 추석, 그리고 한글날이 모두 한 군데에 모여있는 황금 같은 연휴에 진행된 기획인 만큼 이 기사를 읽어주시는 여러분들의 시간이 아깝지 않도록 좋은 내용 꾹꾹 눌러담아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번 기사에서는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책에 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여러분은 평소에 책을 얼마나 읽으시는 편인가요? 솔직히 말해서 기대는 안 합니다. 실제로 저도 독서에 재미를 붙인 지는 그렇게 오래되지는 않았습니다. 요즘처럼 한 손에 들어올 만큼 작은 스마트폰으로 세상을 탐험할 수 있는 시대에 책보다 재밌는 것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심지어는 숏폼이 유행하기 시작하면서 오랜 시간 공들여 얻는 성취감보다 단시간에 얻을 수 있는 도파민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늘어감에 따라 책에 대한 수요는 점점 바닥을 향해 떨어지고 있습니다. 심지어 책은 그저 교양인들이나 즐기는 지루한 취미 취급을 하는 이들도 더러 존재하죠.

하지만 그럼에도 책은 꾸준히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아 오며 누군가에게는 상상의 나래를 펼칠 공간이, 누군가에게는 마음의 안식처가, 또 누군가에게는 인생의 방향성을 제시해주는 이정표가 되어 주었습니다. "책은 마음의 양식"이라는 말 - 우스갯소리로 여기에 "난 먹는 양식이 더 좋아" 라는 대답이 이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 을 한 번 쯤은 들어보았을 것입니다. 이는 우리가 식사를 통해 몸에 필요한 다양한 영양분을 챙기듯이 독서를 통해 삶에 필요한 다양한 것들을 얻을 수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물론 굳이 책이 아니더라도 이러한 것들을 얻을 수 있겠지만 세상 대부분의 것들이 그렇듯이 "책" 그 자체가 가진 고유의 맛은 오직 책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으며, 이는 결코 여러분들이 한 번 맛보면 후회하시지 않으리라 자신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과연 무슨 책을 읽어보는 게 좋을까? 책을 읽는 게 좋다는 건 다들 이미 알고 계시지만 어떤 책으로 시작해야 할지 고민하다가 결국 포기하시게 되는 경우가 태반 - 혹은 첫 페이지에서 포기하는 경우 - 일 것입니다. 그런 여러분들을 위하여 오늘 제가, 요 근래 4달 동안 읽은 4권의 책을 추천해드리고자 합니다. 저도 되도록 유명한 책들을 찾아서 읽어보려 했기에 여러분들도 어디서 한 번 이름은 들어본 제목 혹은 내용의 접근성이 높은 작품들임은 물론 작품성도 좋은, 소위 믿고 보는 작품들이므로 이 기사를 보고 맘에 드시는 작품 하나 쯤은 꼭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부끄러움이 많은 생애를 보내 왔습니다.
저는 인간의 삶이라는 것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첫번째로 소개할 작품은 다자이 오사무 작가의 인간실격입니다.

아마 다들 쇼게이로 알고 계실 삽화

 

여러분은 인간의 자격은 어디에서 온다고 생각하시나요?

작품 속의 "저"는 인간의 삶을 이해할 수 없다고 스스로 말합니다.
인간은 왜 남들의 행복에 함께 행복해하며, 왜 남들의 슬픔에 함께 슬퍼하며, 왜 남들의 분노에 함께 분노하는가.
어쩌면 우리에게는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 그에게는 낯설고 두렵게만 느껴지는 미지의 대상인 것입니다.

그는 자신을 감춰야만 했습니다.
이런 자신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그에 담긴 이해하지 못할 무언가가 너무나도 공포스러웠기 때문이었습니다.
어린 시절에는 스스로 익살꾼을 자처하여 사람들이 자신을 보고 웃게 하였고 조금 더 자라서는 술, 담배 등에 빠져 인간에 대한 공포로부터 도망치려고 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는 인간에 대한 공포를, 인간에 대한 불가해함을 남들에게 드러내려 하지 않았고 혹은 이로부터 도망치려는 행동을 작품 속에서 끊임 없이 보이고 있습니다.

그러한 그에게 당최 무슨 일들이 있었기에 그를 인간이 아닌 무언가로, 인간 실격으로 만들었을까요.
아니 어쩌면 그야말로 가장 인간에 가까웠던 존재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 기분 안 좋거나 자존감이 떨어질 때 - 특히 새벽 감성이 돋는 시간에 - 절대 읽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작품입니다.

전반적으로 암울한 분위기에 중요한 무언가가 결손되어 있는 주인공이 그 문제를 해결하기는 커녕 더욱 악화되어 작품 종반부에는 생각했던 것보다 몇 배는 충격적인 결말으로, 당시 본격적으로 독서를 시작하기 위해 처음 고른 책이 이것이었던 저에게 적지 않은 정신적 충격과 후유증을 선사했습니다.

소위 말하는 피폐물에 가까운 성격을 지녔다고 생각하기는 하지만 인터넷에 종종 돌아다니는 피폐물들에 비하면 그래도 많이 순하다고 생각하니 그렇게 큰 걱정은 하지 말고 즐겨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어느 날 아침 그레고르가 편치 않은 꿈에서 깨어났을 때
그는 자신이 침대 속에서 한 마리의 거대한 갑충으로 변해 있다는 걸 깨달았다.

 

두번째로 소개할 작품은 프란츠 카프카 작가의 변신입니다.

작품과 연관은 없지만 바퀴벌레로 변하는 내용이라 해당 삽화를 첨부합니다.

 

"너는 내가 바퀴벌레로 변하면 어떻게 할 거야?"

한 때 유행하던 질문이기도 하였죠.
대개 이에 대한 답변은 "죽인다.", "키운다."와 같은 보편적인 답변이 나오거나 "국과수에 신고한다.", "방송사에 제보한다."와 같은 기상천외한 답변이 나오곤 했죠.
이 작품은 위 질문에 대한 다소 진지한 고찰을 다루는 내용이라고 생각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평범하게 직장을 다니며 가족을 부양하는 청년 그레고르 잠자는 어느 날 갑자기 커다란 벌레로 변하는 봉변에 당하게 됩니다.
처음에는 이를 최대한 숨기며 어떻게든 스스로 해결해보려 노력은 하지만 결국 가족들에게는 물론 집에 방문한 직장 상사에게도 자신이 거대한 벌레로 변했다는 것을 들키고 맙니다.

순식간에 아비규환이 된 집안
심지어 외관상의 문제는 둘째치고 유일한 직장인인 그레고르가 외출은 커녕 거동조차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이자 가족들은 혼란에 빠집니다.

벌레로 변했다는 비현실적인 설정 때문에 그저 책 속의 이야기로 치부할 수도 있지만, 이를 갑작스런 사고로 인해 장애가 생긴 소년 가장의 이야기로 치환하여 다시 읽어보면 마냥 책 속의 이야기만 같지는 않은 묘한 감정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이 책도 마냥 가벼운 마음으로 읽을 책은 아니지만, 인간실격에 비하면 꽤 쉽게 읽을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종종 벌레로 변한 그레고르 잠자의 움직임이 꽤나 세세하게 표현되어 있는데 굳이 상상하지는 마시고 적당히 넘겨 읽는 게 정신 건강에 좋습니다.

읽기 전에 알아두어야 할 사실 하나가 있는데, 변신은 단편 소설이기에 도서관, 서점 등에서 해당 서적을 찾을 때 변신 한 편만 있는 걸 보는 것 보다는 프란츠 카프가 단편 소설 전집을 찾아서 변신을 포함한 다양한 단편 소설들도 같이 읽어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TMI로 하나만 더 이야기하자면 실제로 변신에서는 바퀴벌레라고 직접 표현하지 않고 독충, 갑충 등을 표현하는 단어를 사용했는데, 이는 작가가 독자들로 하여금 주인공이 어떤 곤충류로 변했는지 상상하는 걸 원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 생각해보니까 거대한 바퀴벌레보다는 거대한 곱등이나 돈벌레가 더 무서울 것 같기는

 

 


 

 

박제가 되어 버린 천재를 아시오?

 

세번째로 소개할 작품은 이상 작가의 날개입니다.

지금 생각해도 좀 잘 만든 것 같아서 자랑할 겸 이걸로 첨부

 

...

 

솔직히 말해서 이상 작가의 작품은 그다지 추천하지는 않습니다.

왜 추천하지 않는지 궁금하시다면 동네 도서관에서 이상 전집 하나 빌려서 아무 작품이나 하나 읽어보시면 바로 아실 겁니다.

아직까지도 이상 작가의 몇몇 글은 완벽하게 해석되지 않은 채로 남겨져 있기도 하며 서점에 출판된 전집에 실려있는 작품들조차 제대로 이해하기 힘든 것들이 대다수입니다.날개는 그나마 좀 읽을 수 있을 정도의 수준이긴 한데 그마저도 쉽지는 않습니다.다 읽고나서 드는 생각도 그냥 좀 후련하면서도 찝찝하다 정도.그래도 꾹 참고 읽고 나시면 "박제가 되어버린 천재"가 뭘 의미하는지는 얼추 이해하실 수 있을 겁니다.아마도요.

 

 

 


 

 

오늘 엄마가 죽었다.
아니, 어쩌면 어제일지도.

 

마지막으로 소개할 작품은 알베르 카뮈 작가의 이방인입니다.

"햇빛이 눈부셔서 그랬다."

어머니가 계신 영안실에서 커담(커피 마시면서 담배 피우기) 때리는 남자
모친상 직후 썸녀랑 할 거 다 하는 남자
널 사랑하지는 않지만 결혼해줄 수는 있다고 말하는 남자
그게 바로 이방인의 주인공 "뫼르소"입니다.

작품 첫 구절부터 담담하게 어머니가 돌아가신 날을 추론하는 모습을 보고 사람들은 감정 없는 싸이코를 보는 것 같다 말합니다.
그리고 그 감상은 작품이 진행될 수록 점점 확신에 차게 될 겁니다.
"이 새끼 제정신이 아니다."
이게 제가 작품 중반 정도까지 읽었을 때의 뫼르소에 대한 감상이고, 여러분도 비슷하게 생각하실 겁니다.

그러다가 갑작스레 독자들의 머리를 한 대 후려치는 듯한 장면이 등장합니다.
그 장면 이후로 장르가 살짝 바뀌는 것 같기도 하고, 이 부분은 직접 감상하기 전까지는 언급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읽었던 책들 중에 - 비록 단 네 권 밖에 읽지 않긴 했지만 - 가장 인상 깊었던 책입니다.

하지만 문제가 하나 생겼어요.

위에서 일부러 언급을 피했던 중요한 내용이 심각한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는데, 그 이야기 빼니까 할 이야기가 없어요.

굳이 이야기를 짜내보자면 초반에 뫼르소의 행적이 상당히 웃음벨입니다.

'왜 저렇게 슬퍼하지? 본인들도 결국엔 죽을텐데?' <- 이거 장례식에서 슬퍼하는 노파들을 보고 한 생각

진짜 미친 놈이 따로 없습니다.

꼭 한 번 읽어보세요.

 

 


 

 

여기까지가 그동안 읽었던 책들에 대한 간략한 소개였습니다.

서론이 너무 줄글 가득한 노잼 파트였던 것 같아서 본론에서는 조금 개그를 챙겨봤습니다. 어찌 마음에 드셨는지.

 

요즘 같이 책에 대한 수요가 바닥을 치는 시대에 독서를 장려하기 위해 독서의 장점이라며 교양을 쌓을 수 있다, 어휘력이 좋아진다 등 허울 좋을 뿐인 말들을 많이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본인의 흥미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제가 이를 위해 오늘 이 기사를 쓴 것이고요. 부디 오늘 이 기사를 읽음으로써 여러분들이 책과 한 발자국 더 가까워졌기를 바라며 슬슬 기사의 마무리를 향해 걸어가겠습니다.

 

그러고 보니 제가 갑자기 독서에 취미를 붙이게 된 이유를 말씀드리지 않았네요.생각보다 그렇게 거창한 이유는 없었습니다. 그저 쇼게이를 통해서 알게된 그림이 삽화로 첨부된 인간실격을 카페에서 발견하고 홀린듯이 읽기 시작했고, 난생 처음 책을 통해서도 이런 충격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느끼며 이것이 독서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나서는 어렸을 적 학교 권장도서 혹은 세계 문학 전집에 실려 있었던, 어렸을 적이라면 쳐다도 보지 않았을 작품들을 하나 씩 읽어보기 시작했습니다. 이제와서 생각해보면 왜 이걸 진작에 읽어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조금은 들더군요. 그게 끝입니다. 아직 독서에 흥미를 붙이기 시작한 지 그렇게 오래되지 않았기에 지금은 그냥 책이 좋다 정도의 느낌으로 끝나는 것 같네요.참고로 지금은 헤르만 헤세 작가의 데미안을 읽고 있습니다. 나름 철학적인 의미를 많이 담고 있고 성경 속 이야기를 비트는 문구가 적지 않게 나와 꽤 흥미롭더군요. 그리고 조만간 어린 왕자,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처럼 어린 시절 동화책으로 접했던 책들도 다시 읽어보고 싶네요. 동화책에는 분량 문제로 인해 생략된 파트들이 꽤 많을테고, 어느 정도 큰 다음에 다시 읽은 동화는 과연 어떤 느낌일지 궁금하기도 해서요.

 

이렇게 사담을 마지막으로 기사를 마치겠습니다.부디 얼마 남지 않은 연휴 즐겁게 보내시길 바라며, 이 기사를 읽은 이 시간이 결코 헛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