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달쏭

[알Song달Song] 프롤로그 - 노래와 시는 취향 차이

51GM4 2024. 8. 9. 04:08

여러분은 노래를 좋아하시나요?

 

저는 노래를 정말 좋아합니다.

집에서도 밖에서도 항상 제 귀는 헤드폰 혹은 이어폰이 함께할 정도죠.

옛날에는 저희 어머니께서 이어폰 오래 끼고 있으면 귀 안 좋아진다고 자주 한 소리 하셨는데,

요즘에는 포기하신 것 같습니다.

그 정도로 저는 노래를 정말 좋아합니다.

 

여러분도 노래 좋아하시죠?

응당 흥의 민족인 대한민국인이라면 절대 노래를 싫어할 수가 없습니다.

 

아닌데! 나는 노래 진짜 개싫어하는데!

 

아니 그럼 이 띵곡도 모른다고 케이셉?

 

♪♩♬♪~

 

♪ 나는요~ 오빠가~ 좋은 걸~~~♪ ♪ 아이쿠! 하나! 둘! I'm in my ♪
드리이이이이이ㅣ이ㅣㅣ이이이이이ㅣ이 → 이이이이이ㅣ이이ㅣㅣ이ㅣ이ㅣ↗ 이이ㅣㅣ이ㅣ이이이이이이이이ㅣ임↑
...

 

그렇습니다. 딱히 노래를 좋아하지는 않더라도 멜로디가 흘러나오면 나도 모르게 "아! 이 노래!" 하는 순간이 있죠.

"노래는 나라에서 허용한 유일한 마약"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한 번 들은 노래는 웬만해서는 머릿속을 떠나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부끄러워하지 마요 케이셉!

 

근데 저는 그게 남들보다 조금 심해서 한 노래에 빠지면 엄청 깊게 빠집니다.

여러분 백금 디스코 아시나요? 연애 서큘레이션은요?

딸피 소리MAD 제작자라면... 아니, 더 넓게 딸피 씹덕이라면 누구나 알 사골 of 사골곡이니만큼 다들 아실 겁니다.

지나가는 딸피 한 명 잡아다가 "지금 당장 백금 디스코 혹은 연애 서큘레이션의 하이라이트를 부르지 않으면 죽여버리겠다!" 라고 하면 대부분은 생존할 수 있을 정도죠.

 

그렇다면 "백금 디스코의 2절 하이라이트를 부르거나 연애 서큘레이션의 2절 하이라이트가 끝나고 나오는 간주에서 어떤 가사가 반복되는지 말하지 않으면 죽여버리겠다!" 라고 하면 어떻게 될까요?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저런! 결국 아무도 살아남지 못했군요!

어? 그런데 저기!

 

두둥

아! 단 한 명! 살아남은 사람이 있었습니다!

 

 

네, 접니다. 백금 디스코 2절 가사랑 연애 서큘레이션 간주에서 반복되는 가사가 뭔지 아는 사람.

이 두 곡은 지금까지도 계속 좋아하고 있는 제 마음 속 Best Song 순위 Top 10 안에 항상 들어가는 제 국밥 곡입니다.

 

그런데 겨우 2절이랑 간주 좀 외웠다고 깊게 판다고 자부하기에는 무리수가 있지 않냐고요?

 

조용히 해! 그냥 그런가 보다 하란 말이야!

 

네, 아무튼. 사람마다 "깊게 판다"의 정의가 다를 수도 있죠.

누군가는 그 곡의 멜로디를 외울 수도 있고

누군가는 그 곡의 가수에 관심을 가지게 될 수도 있고

누군가는 그 곡이 수록된 작품에 관심을 가지게 될 수도 있고

누군가는 악기를 배워 직접 그 곡을 연주할 수도 있고

누군가는 그 곡으로 소리MAD를 만들 수도 있겠네요.

 

저는 마음에 드는 노래가 생겼을 때 어떤 식으로 파냐고요?

 

저는 가사를 해석합니다.

얼핏 보기에는 그냥 평범한 행동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가사는 노래를 들으면 자연스럽게 알게 되는 건데 굳이?"

 

자, 그럼 다시.

강도 : "지금 당장 Phony의 하이라이트 가사한국어로 말하지 않으면 죽여버리겠다!"

여러분 : "어... 음... 간단한 것조차도 모르겠어, 나라는 건 뭐일까. 그것마저 밤의 손길에 사로잡혀서 사라져가네. 작별 인사 한 마디ㄷ..."

(폴짝)
(납작)

 

이런, 그만 강도의 엉덩이에 납작해져버렸군요. 

뭐가 틀린 건지 모르겠는 사람들은 손을 들고 자기 머리를 한 번 씩 쎄게 내려치세요

이렇게 우리는 보통 새로운 노래를 소리MAD를 통해서 접할 때, "개사된 버전", "번안된 버전", 심지어는 "원래 가사의 형태조차 남지 않게 조져버린 버전"으로 듣게 됩니다.

그 중에서 "번안된 버전"의 경우에는 박자에 맞추기 위해 원래 가사의 뜻을 조금 생략하거나 바꾸는 과정이 있기 때문에 원래 가사의 뜻을 온전하게 전하지는 못하는 경우가 생기죠.

 

그래서 저는 마음에 드는 노래가 생기면 해당 곡의 가사를 검색해봅니다.

원래 가사를 보다 보면 "엥? 이게 이런 뜻이었어", "하이라이트 말고 다른 파트 가사도 좋네" 등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진짜 이 노래의 가사는 심도가 깊은 것 같다 싶으면 가사를 해석까지 하는데요.노래 가사를 해석한다고 하면 뭔가 중2병 같고, 옛날 네이버 블로그에 호들갑 떨면서 작성된 보카로 곡 해석글이 생각날 수도 있는습니다."어차피 뇌 빼고 듣는 씹덕곡인데 굳이 해석까지?" 하는 생각이 들텐데, 제 생각은 다릅니다.

 

여기서 이 글의 제목을 한 번 상기시켜보겠습니다.

노래와 시는 취향 차이

저는 국어가 싫었습니다.

특히 문학이 정말 싫었습니다.

왜 내가 화자의 기분을 알아야 하고, 작품의 외적 배경을 알아야 하는 건지.

가장 화가 나는 건 이 모든 것에 정답이 정해져 있다는 것입니다.

아니 진짜 기분 좋아서 다래랑 머루랑 먹고 얄리얄리 얄라셩 할 수도 있잖아

정몽주가 사실 속으로는 이방원이랑 짝짜꿍하고 조선 건국 하고 싶었는데 가오 때문에 단심가 부른 걸 수도 있잖아.

 

아무튼 T라 미숙한 저에게 있어 화자의 기분을 맞추는 것은 너무나 힘든 일이었고.

이는 저를 문과 혐오자로 만들기에는 충분했습니다.

 

......

 

그로부터 한참이 지나, 이제는 통학하는 데에 편도 2시간 반이 걸리는 SIGMA.

그 영겁과도 같은 시간을 노래를 들으면서 보내게 되는데.

노래를 속으로 따라부를 심산으로 나무위키에 들어가 가사를 찾아보는 도중.

갑자기 노래의 가사가

급식 시절 그렇게 꼴도 보기 싫었던

국어 교과서 속의 시처럼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여기까지가 제가 노래의 가사를 해석하는 것에 맛들리게된 배경입니다.

쓰다보니까 1인칭 주인공 시점에서 1인칭 전지적 작가 시점이 되어버렸네요.

양해 바랍니다.

 

다시 돌아와서.

 

어쩌면 노래와 시는 별 다를 게 없지 않을까요?

 

노래는 시처럼

누군가의 기분을 표현할 수도 있고

현 시대를 규탄하는 반항적인 창작물이 될 수도 있고

정말 별 의미 없는 문자들로 채워져 있을 수도 있지 않습니까?

 

다만 그 문자들에 음정과 박자가 가미되었을 뿐

노래와 시는 정말 서로 닮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가사 뿐만 아니라

제목을 통해서도 작품을 즐길 수 있다는 것도

노래와 시의 공통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파면 팔 수록 서로가 닮은 노래와 시

그리하여 저는 노래를 시처럼 해석하는 방식으로도 즐기게 되었고

이를 여러분과도 함께하고 싶어졌습니다.

 

앞으로 이렇게 티스토리에 곡 하나를 정해서 그 속에 내재된 의미를 해석하는 글을 올릴텐데요.

비정기적으로 연재하겠지만, 다들 재밌게 즐겨주셨으면 좋겠습니다.

 

SIGMA의 알Song달Song (로고 만들어줄 사람 구함)

 

많은 기대 부탁드립니다.

 

 

 

 

 

 

 

 

 

 

 

 

1화 예고

정보의 바다

그 안에서 헤엄치는 물고기들은

쓰레기를 먹이로 착각하고

난파선을 구경하기도 하고

자기보다 약한 물고기들을 괴롭히며

한심하지만 나름대로 즐겁게 살아가는 것 같습니다.